지난 멕시코시티 포스팅에서 이런 문장을 썼다.
도시보다 얼음으로 뒤덮힌 시베리아가,
금빛 모래가 반짝이는 사하라 사막이,
아즈텍 문명이 담긴 멕시코시티 여행이 더 설렌다.
2019년 겨울,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대륙을 지나 모스크바역에 내렸던 기억이,
2025년 가을, 멕시코시티 여행 계획을 세우며 타코로 점심을 먹었던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앞선 포르투갈과 스페인 시리즈 포스팅을 통해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뜨거운 태양을 상상했다면,
그다음엔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유럽의 감성이 남아있으면서도, 조금 더 거친 날것의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에
지중해와 대서양, 그리고 사하라 사막을 품은 모로코(Morocco)에 가보려고 한다.
(특히 3월은 겨울의 쌀쌀함과 따뜻한 봄기운이 조금씩 섞여 도시와 사막을 여행하기 가장 좋은 때라고 한다!)
모로코 여행의 테마는 '색(色)'이다.
내 옷장에는 검정, 회색, 흰색만 있는, 나는 무채색 인간이다.
이런 내가 붉은 사막과 푸른 마을, 그리고 천년의 미로 속으로 떠나는 여행 계획을 세웠다.
카사블랑카의 하얀색, 마라케시의 붉은색, 황금빛의 사하라, 파란색의 에사우이라까지.
새로운 색깔들로 나를 흠뻑 적셔올 수 있기를 바란다.
카사블랑카를 도시보다 영화 <카사블랑카>로 먼저 알게 되었다. 흑백 필름 속에서도 사랑을 숨길 수 없었던 장면, 잔잔하게 깔리는 재즈(Jazz)를 기억하며 공항에 내리면 공기의 결이 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내가 도착하는 날에는 짠 바다 냄새를 가득 품은 안개가 자욱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곧바로 향할 하산 2세 모스크가 더 신비롭게 느껴질 것 같으니까. ★가이드 투어 미리 알아보기★
“신의 왕좌는 물 위에 있다”는 이슬람 구절에서 영감을 받아 바다 위에 세워진 하산 2세 모스크를 바라보면 어떤 감정이 들까?
인간의 신앙이 어디까지 표현될 수 있는지, 대서양 위로 뻗어 있는 이슬람 사원을 본다면 '웅장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것 같다.
천천히, 충분히 하산 2세 모스크를 둘러보고,
해 질 무렵, 해안가 레스토랑에서 노을에 물든 바다를 바라보며 타진(Tagine)을 한 숟갈 뜨는 순간을 상상한다.
그럼 ‘아, 진짜 모로코에 왔구나’라는 실감이 들겠지?
[모로코에 왔다! 첫날은 적응하기]
아침 일찍 마라케시로 이동한다. 차창 밖 풍경은 점점 붉은 톤으로 바뀌면서 살아 움직이는 도시가 나타날 것이다.
오전에는 마라케시의 보석 같은 바히아 궁전(Bahia Palace)에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아름다움'이라는 뜻을 지닌 이곳은 모로코 양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정교한 제리지(Zellij) 타일, 조각된 삼나무 천장, 석고 조각인 스투코(Stucco)를 감상하는 데 포인트를 둘 것!
안뜰 정원의 대칭미를 보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보자.

오후에는 마라케시 최대 규모인 쿠투비아 모스크로 향한다.
이슬람교는 우상 숭배를 금해 인물화 대신 아라베스크 무늬나 쿠란 구절로 벽면을 장식하는데,
이 점이 사찰의 탱화나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와는 다른 차별점이다.
모로코 대부분의 모스크는 무슬림이 아니면 내부 입장이 금지되어 아쉽지만, 77m 높이의 미나레트와 외관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밤에는 마라케시 전통 가옥인 리야드(Riad)에서 머문다. 천장이 뚫린 중정에 정원이나 수영장이 있는 구조라 골목의 소음에서 벗어나 평화로움을 즐길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되는 숙박 체험이다.
[꿈틀꿈틀 내 안에서 뭔가 움직이는듯?]
햇빛이 강할수록 마조렐 블루(Majorelle Blue) 색감이 선명해지기에 아침 일찍 예약을 하고 정원으로 향한다.
입생로랑이 사랑한 이곳에서 그는 어떤 영감을 얻었을까? (사전 예약 필수필수필수)

이어지는 메디나 골목 가이드 투어. 미로 같은 좁은 길을 따라 가죽 냄새, 향신료, 금속을 두드리는 소리에
내 모든 감각이 살아날 것 같다. 아르간 오일이나 모로코 전통 가죽 슬리퍼인 '바부슈'는 일단 사와야 할 리스트ㅋㅋ에 적혀있다.
저녁에는 제마 엘 프나 광장으로 향한다.
왁자지껄한 야외 축제 같은 이곳에서 타진, 달팽이 요리 등 이국적인 노점 음식을 즐기며 마라케시의 밤을 만끽할 것이다.

미로처럼 복잡했던 고민들을 마라케시에 남겨두고 아틀라스 산맥으로 향한다.
야자수가 사라지고 붉은 흙과 회색 돌산이 나타나는 풍경은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길목에서 만나는 고대 진흙 마을, 아이트 벤 하두.
붉은 진흙으로 쌓아 올린 요새 사이를 걷다 보면 11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힐 것 같다.


이어지는 다데스 계곡의 '몽키 핑거' 암석 지대와 지그재그로 뻗은 '세르펜트 로드'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선사할 것이다.

그림자가 길어질 때쯤,
인공적인 조명 하나 없는 어둠 속에서 오직 바람 소리만 들으며 잠드는 밤을 상상해 본다.
사하라 사막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토드라 협곡이 있다. 대부분은 그냥 잠깐 들르는 경유지나 일정에 넣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가고 싶었던 포인트가 분명했다.
1. 슬리퍼 신고도 슬슬 걸어갈 수 있다.
2. 자연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느끼고 싶다

양 옆에 300m가 넘는 수직 절벽을 걸으면서 거칠고 날 것의 느낌을 꼭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드디어 사하라 사막이다.

.


천년의 시간을 지나온 모래는 얼마나 부드러울까?
사회과부도에서는 그냥 누런색 땅이었던 사하라가 내 눈 앞에 있다는 상상을 하면
나의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를 것만 같다.
단단한 콘크리트만 밟고 살던 내가 부드러운 모래 위에서 불안함을 느낄지, 아니면 안도감을 느낄지 궁금하다.
쏟아지는 은하수 아래 내 고민들도 모래알 속으로 흘러가기를.
사막의 여운을 안고 '영화의 도시' 와르자자트로 향한다.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탄생한 세트장을 구경해도 좋을 것 같다. 평소 영화를 즐겨보진 않지만, 여행지와 관련된 영화는 찾아보려고 한다. 와르자자트와 관련된 영화를 찾아 조만간 업데이트 하는 걸로!

아니면, 타우리르트 카스바 근처의 그늘진 골목에 멈춰 서서 조용한 공기를 느끼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막과 산을 지나 다시 바다 냄새가 느껴질 즈음, 그곳이 바로 에사우이라다.
사막 다음 바다라니!? 나 여행 계획에 좀 많이 소질이 있는거 같은데ㅋㅋ
사막과 바다 - 이 대비만으로도 에사우이라는 특별하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교역의 거점이었다.
기원전 시대부터 인근 모가도르 섬과 항구를 통해 지중해 세계와 연결되었고, 이후 로마 제국과도 교역이 이루어졌다.

지금의 도시 형태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것은 18세기 중반이다.
모로코 술탄 모하메드 벤 압달라가 국제 무역항 건설을 추진하며 프랑스 건축가 테오도르 코르뉘에게 도시 설계를 맡겼다.
그 결과 격자형으로 정돈된 메디나가 탄생했고, 이는 미로처럼 얽힌 골목의 마라케시와는 또 다른 질서를 보여준다.

에사우이라는 한때 모로코 대외 무역의 중심지로 번성했지만, 19세기 이후 교역의 축이 다른 항구로 이동하며 점차 쇠퇴했다.
20세기 프랑스 보호령 시기를 거치면서도 성곽과 항구의 풍경은 비교적 온전히 남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1960년대, 자유를 찾아 떠돌던 히피들이 왜 이곳을 사랑했는지 궁금해진다.
성벽 위에 서서 거센 바람을 맞으며 파란 하늘과 대서양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 주 목 ★
일정이 카사블랑카 → 마라케시 → 사하라 → 와르자자트 → 에사우이라로 이어지는 대장정인 만큼 기차, 택시, 투어 차량 모두 사용해야 한다.
하얀색의 카사블랑카, 붉은색의 마라케시, 황금색의 사하라, 파란색의 에사우이라.
찬란한 색깔로 기억될 이 여행에서 나는 어떤 색의 물감을 가장 많이 묻혀오게 될까?
| 책갈피처럼 끼워둔 '나만의 몰타(Malta)': 10일 여행 계획 (0) | 2026.03.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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